바티칸 투어 2탄 - 또 한명의 천재, 미켈란젤로
바티칸 박물관을 나오면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천지장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시스티나 예배당(Capella Sistina)에 들어서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 또 하나의 천재, 미켈란젤로.
이 천재 예술가는 어쩐지 우리가 천재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전형적인 괴팍하고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래서 같은 시기에 또 하나의 천재로 각광받던 라파엘로와 꽤나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라파엘로는 그 시대의 엄친아.
본래 가지고 있던 뛰어난 회화실력과 스폰지처럼 다른 이의 장점을 흡수하는 능력과 더불어
성격도 무지 좋았다고 한다. 게다가 젊고...
미켈란젤로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자기 작품에서 좋은 것만 취해서 더 발전시키는 이 라파엘로의 실력이 신경쓰였을텐데
까탈스런 자신과는 달리 성격도 좋아서 교황의 예쁨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짜증났을까.
그 덕분에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이곳 바티칸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재적인 예술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강력한 라이벌로 인해 몸속 저 깊이에 숨어있는 예술적 감각을 모두 끌어쓴 느낌이랄까.
실제로 교황은 그들의 라이벌 구도를 제대로 인식하여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고 있을 때, 바로 옆방에서 라파엘로에게 '아테네학당'을 그리게 했다 하니
아, 이 얄밉고도 머리 좋은 조련사여... ㅋ
시스티나 예배당에 프레스코화로 그려진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직접 눈으로 보게되었을 때의 감동은, 정말 진부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사진기로나마 담아서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찍으나마나인게 분명하여 그냥 포기했다.
-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Giudizio Universale)
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에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벽이 마르면서 완성이 된다는 이 프레스코 기법은
중간에 수정이 불가능하여 - 수정하려면 회반죽 벽을 다 긁어내고 다시 시작 - 엄청난 실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프레스코화가 주는 감동은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명암이 분명하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 맑은 수채화 같은 오묘한 느낌.
그 어떤 사진으로도 담아낼 수가 없다.
미술책 속의 사진으로만 볼 때는 유명하다니까,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니까 감흥없이 그냥 좋은 작품인가부다 하는데
그것을 내눈 앞에 마주하고 나니, 그 당시에도 그리고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정받는 이유가 몸으로 느껴졌다.
예배당의 천장이 낮았으면, 그래서 저 아름다움을 좀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들어선 산 피에트로 성당(Basilica di San Pietro)에서 마주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쓰러진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보여주는 애절함.
예수와 마리아의 팔, 다리, 고개, 시선의 각도 등이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옷자락까지도 실재하는 것 같은 경지에 이른 작품이었다.
이것이 과연 정말 돌로 만들어진 것인가, 징과 망치만으로도 저런 각도와 저런 질감을 살릴 수 있는 것인가, 진정 경이로웠다.
게다가 심지어 이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25살 때 만든 작품이란다.
25살이라니... 아니, 그 어린 나이에...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저런 작품을 만들어냈단다.
난 25살에 뭐하고 있었지...;;
지금의 나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그 당시 미켈란젤로와 함께 지내던 범인(凡人)들은 어떠했을까.
천재들은 본의 아니게 주변인들에게 참 못할 짓 많이 하며 살게 되는 것 같다.
살리에르의 마음이 백번 이해된다.
- 산 피에트로 사원의 내부와 미켈란젤로의 돔.
미켈란젤로가 설계했으나 그는 이 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미켈란젤로의 돔의 계단을 통해서 꼭대기까지 오르면 바티칸 시국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데,
바티칸 투어는 여기까지. 그 좁은 계단을 따라 꼭대기 끝까지 줄이 길게 이어져있기 때문.
가이드는 바티칸 시국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해주고는, '올라갈 사람은 올라가셔용~' 이러면서 우리와 헤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편히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계단은 높고도 매우 좁으니...
그냥 안올라 가겠다는 선배와 민박집 일행과 헤어져 혼자서 꾸역꾸역 올라갔다.
- 미켈란젤로의 돔 위에서 내려다본 산 피에트로 성당 내부.
이렇게 좁은 복도와 나선형의 어지러운 계단을 계속 따라 오르면...
위에서 내려다 보는 산 피에트로 광장(Piazza di San Pietro).
먼저 헤어진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베르니니의 작품이라는 이 산 피에트로 광장은
'천국으로 통하는 열쇠'라는 컨셉 하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동그란 광장이 열쇠의 몸통 부분, 광장에서 이어지는 대로와 다리가 열쇠의 끝 부분.
산 피에트로 성당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야만 마주할 수 있는, 천국으로 가는 길.
- 산 피에트로 성당의 위풍당당한 외관.
바티칸 투어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
그 모든 예술작품들과 엄청난 성당... 나에게 종교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종교란 무엇일까? 어떤 힘이 있어서 그렇게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스스로 기꺼이 희생하게 할 수 있는 걸까?
티벳에서도 그렇고...
종교가 없는 나는 어쩌면 평생 이해하지 못할 부분.
그리고 보너스 컷.
바티칸 투어 다녀왔던 사람들은 누구나 한장씩 다 소장하고 있던, 바티칸의 근위병들.
나 역시도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그들이, 또 그 복장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지만
본인들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 무척 싫었겠지? 괜시리 지금에 와서야 미안해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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